주막에서 - 김용호(金容浩)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의 슬픈 노정이 집산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의 있는 송덕비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도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빗긴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