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밤에 - 김용호(金容浩)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
  오늘 밤처럼 눈이 내리고.

  다만 이제 나 홀로
  눈을 밟으며 간다.

  오우버 자락에
  구수한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싸고,
  어린 시절의 그 눈을 밟으며 간다.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