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녀가 부른 - J.W.괴테

어느 소녀가 부른
산골짝 위 여름의 하늘을
고요히 햇덩이가 거너갑니다.
아아 아침마다 그것을 쳐다보면
당신과 같은 슬픔이
가슴 속에서
솟아납니다.

밤에도 안식은 없습니다.
꿈조차 언제나
안타까운 모습으로 찾아 옵니다.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해
가슴 한 구석에
남 모르는 환영이 자랍니다.

몇해를 두고 몇해를 두고
나는 배가 오가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어느 배든 즐거운 갈 길이 있건만
아아 그칠 줄 모르는 나의 슬픔은
가슴에 엉켜
흘러 가버리지 않습니다.

어느때는 장롱  에 간직해 뒀던
새옷을 갈아 입고 나가봅니다.
오늘은 명절날이에요
누가 아리까
서러움에 가슴도 마음도
산산이 부서져 있는 것을.

울 때엔 숨어서 울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남들에겐 웃는 낯으로 대하지요.
거기다 내색도 좋게 태연스러히
아아 이 슬픔이
가슴을 에는 칼이라면
나의 목숨 벌써 끓어졌을 걸

(Johann Wolfgang von Goethe, 편역 이봉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