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안락견오(過安樂見오) - 김삿갓(金炳淵)

안락성중욕모천 安樂城中欲暮天
관서유자용시견 關西孺子聳詩肩

촌풍염객지취반 村風厭客遲炊飯
점속관인단색전 店俗慣人但索錢

허복예뢰빈유향 虛腹曳雷頻有響
파창투냉갱무천 破窓透冷更無穿

조래일흡강산기 朝來一吸江山氣
시향인간벽곡선 試向人間벽穀仙

안락성을 지나다가 배척받고

안락성 안에 날이 저무는데
관서지방 못난 것들이 시 짓는다고 우쭐대네.

마을 인심이 나그네를 싫어해 밥 짓기는 미루면서
주막 풍속도 야박해 돈부터 달라네.

빈 배에선 자주 천둥 소리가 들리는데
뚫릴 대로 뚫린 창문으로 냉기만 스며드네.

아침이 되어서야 강산의 정기를 한번 마셨으니
인간 세상에서 벽곡의 신선이 되려 시험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