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 사보(文房私報)는 붓?벼루?종이 ?먹으로, 선비와 가까운 벗이요, 보배로운 재산이다. 그 중에서도 막을 만들기가 가장 어렵다. 그런 대로 서울이란 곳은 모든 보배로운 물건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먹 같은 것도 구하기가 쉽다. 그래서 먹이 귀한 줄을 모르고 헤프게 써버리고 만다.
  
내가 맹성(猛省)의 원으로 나가 있을 때의 일이다. 도독부(都督府)로부터 궁중용으로 먹 5천 개를 만들어 올리라는 공문을 받았다. 늦어도 봄까지는 바치게 되어 있었다. 급히 공암부(孔岩府)로 달려가서 백성들을 몹시 다그쳐 소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그을음을 다량으로 생산하게 하고, 우수한 기술자를 모아서 내가 직접 감독하고 격려해서 두 달 만에 맡은 일을 끝마쳤다. 옷은 말할 것도 없고 얼굴을 비롯한 온몸이 그을음으로 인해 정녕 검둥이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을음이 날리는 그 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몸을 닦았는데 좀체 가시지 않아, 오랜 시일이 지나서야 맹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부터 먹을 보면 비록 한 치도 안 되는 토막이라도 천금처럼 여겨져서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먹은 물론이고, 종이 한 장, 붓 한 자루, 벼루 하나라도 다 이같이 힘겨운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되어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옛 사람들은 ‘그릇 속의 밥은 알알이 모두 고생의 결정임을 긔 누가 알리오.’라고 한 민농(閔農)의 시구를 두고 진실로 어진 이의 말이라고 했던 것이리라.  


<이인로, 파한집(破閑集)‘에서>


 ① 쌀독에서 인심 난다. 

 ② 개똥도 약에 쓰려면 귀하다. 

 ③ 물도 아껴 쓰면 용왕이 좋아한다. 

 ④ 노적가리 위에서 배고프다고 한다. 

 ⑤ 내일 백 냥보다 당장 쉰 냥이 낫다. 


[Question-sokdam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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