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사면 팔자 고친다  조회수 : 93 작성일 : 2003-02-05      


남양주 '명당' 판매소 킴스클럽 연일 장사진

“어떻게 알고 오는지 전국 각지에서 원정 온 사람들이 더 많다. 하루 종일 로또를 찍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지난 3일 오후 제 6회차 로또 추첨(지난달 11일)에서 1등 당첨자를 배출한 경기도 남양주시 킴스클럽 내 아이스크림 매장.

킴스클럽 입구에 펄럭이는 ‘로또 복권 1등 65억 7000만 원 당첨 판매소’ 란 대형 플래카드 덕분에 이 판매소는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추첨이 끝난 지 20일이 넘어 이젠 잠잠해질 때도 됐지만 전국에 소문이 짜하게 난 이 ‘명당’ 판매소는 온 종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이닥치는 로또 구매자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구매자 중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반이고 나머지는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

“전국 4000개 로또 판매소 중에서 가장 터가 좋은 곳”이라며 전국 각지에서 물어물어 찾아오고 있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고 주부 학생들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가세, 본업인 아이스크림 판매는 뒷전이고 아예 로또 전문점으로 간판을 갈아야 할 듯 싶었다.

주인 원숙희 씨(58)는 “하루 종일 앉지도 못하고 돈을 세고 판매기에 슬립을 넣느라 정신이 없다” 며 “본사에서 번호를 표시하는 슬립이 부족하다며 보내 주지 않는다” 고 행복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1시간 가량 지켜보는 동안 쌓이는 돈은 ‘로또 광풍’ 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1인당 구매 상한액 10만 원을 선뜻 내미는 사람도 적잖고, 3만~5만 원을 무심하게 건네 순식간에 기백만 원이 쌓였다.

“하루 판매액이 1000만 원은 될 것 같다” 고 묻자 원 씨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렇게는 안된다” 고 말하는 것으로 미뤄 1000만 원은 족히 될 듯 싶었다. 판매소가 매출액의 5~6%를 수수료로 챙기니 이 정도면 복권 당첨자 부럽지 않다.

찾는 사람들의 이유는 한결 같았다. 강남구 삼성동에서 왔다는 김 모 씨(45)는 “이왕이면 운이 좋은 곳에서 사는 게 좋지 않느냐. 설 바로 전날에도 왔었는데 그 때는 입구에서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1등 당첨자도 당첨자지만 노가 난 곳은 바로 이 곳이다” 고 말했다.

교문리에 산다는 하 모 씨(38)는 “하도 명당이라고 해서 와 봤다. 명당이라는 데 번호 찍을 필요가 뭐 있느냐. 자동으로 10만 원 찍었다” 고 로또를 만지작거렸다.

견물생심. 주인 원 씨도 로또를 판매하면서 일주일에 3만~4만 원씩은 꼭 산단다. 6회차에서 원 씨는 장려금 2000만 원에, 숫자가 두 개 틀린 4등에 당첨돼 7만 6000원도 받았다.

“적당히 하면 일주일 동안 즐겁고 괜찮은 것이 로또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보다는 여러 명이 나눠 당첨됐으면 좋겠다.” 원 씨의 충고를 로또 불나방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간스포츠 2003/02/04 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