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흥(漫興) - 윤선도

▶만흥1

산수간(山水間) 바위 아래 띠집을 짓노라 하니,
그 모른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어리고 향암의 뜻에는 내 분(分)인가 하노라

▶만흥2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 실컷 노니노라.
그 나믄 여나믄 일이야 부러울 줄 있으랴.

▶만흥3

잔들고 혼자 안자 먼 뫼를 바라보니
그리든 님이 온다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씀도 웃음도 아녀도 못내 좋아 하노라.

▶만흥4

누가 삼공(三公)보다 낫다 하더니 만승(萬乘)이 이만하랴.
이제로 헤어든 소부허유(巢父許由) 약돗더라.
아마도 임천한흥(林泉閑興)을 비길 곳이 없어라.

▶만흥5

내성이 게으르더니 하늘이 아르실샤.
인간만사(人間萬事)를 한 일도 아니 맛뎌
다만당 다톨이 없는 강산(江山)을 지키라 하시도다.

▶만흥6

강산이 됴타한들 내 분(分)으로 누엇느냐
님군의 은혜를 이제 더욱 아노이다
아무리 갚고쟈 하여도 해올 일이 업세라

- 고산유고(孤山遺稿) 중 산중신곡
-酒-